@ephraimmm9618 6 years ago
Terry Davis : “Forgive me, I have to try and figure out why I remember...that I love you.”
Damn. Schizophrenia's a bitch.
P와 6oy는 2023년 서울 신도시의 1층 입구에서 처음 마주치게 된다.
둘은 그 날 James가 기획한 JRPG 테마의 파티 [신 메가미 도시]를 위해 디제잉을 했고,
6oy는 P가 상상했던 이미지보다 어두워보인다고 생각했다.
다음 만남은 타투 트레이드 세션이었고, 2025년 PEN:KEY로 팀업하며 게임 메이커이자 월드빌더 듀오가 됐다.
몇 개월 간 매일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상상한 세계인 KAIRO.
작년 여름 짧은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공개한 이후 데모 제작을 시작했다.
지난 몇 개월 간, 서울 각지의 베뉴에서 우리를 마주친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CBS : (PEN:KEY의 첫 B2B 세션을 마친 뒤) “P님 번듯하게 살 것 처럼 말하더니 춘자 디제이 듀오로 돌아왔네요.”
Kisewa : “뭐야 너 어디 갔었어? 너네 무슨 조합이냐?” (데킬라 두 잔을 더 주문하고, 둘에게 마시라는 듯 손짓을 한다.)
Song : (신도시 5층의 바에서) “님들 존나 꺼드럭대고 계시네요?”
그 외 다수 : “그래서 게임 언제 나와요?”

…우리가 보고 싶었던 세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게임 속 세계에서 무언가를 강렬하게 느꼈던 기억들과 게임 속의 삶 덕분에 지낼 수 있었던 시간들이 KAIRO의 시작이 되어주었다. 각자 다른 세계에서 모험했지만, 깊게 박힌 모험가의 마음이 공명하는 것을 느끼며…
흐릿했던 마을의 모습과 동료들의 얼굴에 초점을 맞춰간다.
RPG적으로 코드화된 테마를 서사 중심의 1인칭 시점 P&C 게임으로 풀어내려다 보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어려운 지점들도 생긴다. 그래도 세계와 시스템을 계속해서 조각해가며 보고 싶었던 광경을, 이미 보았을지도 모르는 광경을 찾아가는 중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준 최고의 프로듀서이자 동료 Avalanche Death,
작중 삽입되는 글과 도시 중심에 있는 시계의 메커니즘 디자인을 도와준 승택,
웹사이트 개발을 도와주신 Sider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 함께했던 Akari, 덕분에 새로 합류하게 된 개발자 gorilla.
다들 고마워요.
끝없는 이야기 속으로 …

P로부터
밀란에서 마주친 한 공원의 언덕 구조물은 두갈드아일의 소용돌이 언덕을 떠올리게 했다.
기능 없이 덩그러니 있는 맵 구석의 언덕을 올라가 정상의 표지판에 커서를 올려보면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라는 텍스트 박스가 떴다.
그 게임은 아직 서비스 중이지만, 그 표지판이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곳에 앉아 있었던 추억이 떠올라 밤낮으로 그 공원을 산책했었다. 그 공원은 마치 소용돌이 언덕에 존재하는 듯한 기분을 주었다. 픽션 세계와 현실이 운명처럼 뒤바뀌는 감각은 정말 아름다움.
KAIRO를 기획하기 직전 동인 만화잡지 《프린터 하우스 Vol.1》에 〈Palace〉라는 만화를 기고했는데 소녀가 튜토리얼 성을 오르는, 어둡지만 희망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던 아마추어 만화였다. 당시 만화의 엔딩을 아직 남겨둔 채로, 부산의 베뉴 '오방가르드'에 밴드 펭귄아파트로 공연을 하러 갔다. 공연을 마치고 친구들과 바다를 걷던 중 갑자기 성 모양 구조물이 나타났다. 친구들의 뒷모습과 함께 사진을 찍었고, 돌아가서 이걸 만화의 엔딩으로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 느낀 것을 픽션에 넣기도 하고, 픽션에서 만들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는 그걸 운명같다고 생각한다.
KAIRO의 캐릭터들은 저마다 다른 운명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어느 만화가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자신이 그 세계의 창조자임에도 캐릭터들이 때로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어떤 말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나도 왜 이 캐릭터들을 특정한 운명 속에 넣었는지,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일지, 또 어떤 운명으로 변해갈지 기대하며 찾아가는 중이다.
세계라는 말을 많이 하니까 좋다.

[세계]
최근 종교 테마를 축으로 다루는 레코드 레이블 heatcrimes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테리 데이비스(Terry Davis)의 TempleOS와 그 배경을 알게 됐다. 테리는 이 운영체제가 성경에 예언된 '제3성전'이 되도록 설계했고 계시를 받은 이후 10년에 걸쳐 개발하였다고 한다. 하나님은 이 OS가 640x480 해상도, 16색 디스플레이, 싱글 오디오 음성을 갖추라고 명령하였다.
하필 이 해상도와 컬러를 고집한 이유는, 표현 방식의 제약 때문에 지나치게 잔혹하거나 선정적인 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린이용 게임은 무조건 이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는 모양이다.
"그럼 어른은?"이라는 질문에는 "어른은 게임을 하면 안 된다"라는 답을 내놨다고 한다.
TempleOS의 중심에는 ‘Oracle’ 이 있었는데, 이는 의사 무작위 단어와 구절을 생성하는 프로그램으로, 데이비스가 신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단어가 무작위적으로 나타나고 선이 그어지기도 하는데, 그에겐 신의 메시지가 나타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운영체제이지만 종교적 예술작품이자, 프로그래밍 실험이며, 거대한 아웃사이더 디지털 문화의 한 조각이다.
조악한 3D 풍경, 성서적 이미지, 게임, 찬송가, 도표, 그리고 주류 컴퓨팅이 나아간 방향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기이한 것들로 가득 차있다.. (체크해보시라…)
그는 대단히 재능 있는 프로그래머였지만, 조현병을 포함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안고 살았으며, 그의 종교적 신념은 점점 그의 질병과 분리될 수 없게 되었다. 그의 공적인 삶은 후년으로 갈수록 더욱 불안정하고 힘겨워졌지만, TempleOS는 놀라울 만큼 일관되고 강박적인 작업물로 남았다.
"Forgive me, I have to try and figure out why I remember...that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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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G가 갑자기 슬로바키아의 산 정상에서 태극기 티셔츠를 입은 백인 아저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나는 그에게 DMT나 사이키델릭 약물 체험이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것이 영성 체험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 같은지 물었고, 그는 내가 세계와 삶, 신과의 관계를 체감하는 방식에 대해 물어봤다.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KAIRO를 만들때도 개념적이나 정신적인 측면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듯.
예수 그리스도는 락스타다. 그리고 목사도 락스타다.
락스타 게임즈, 11월 19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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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oy로부터
기억과 망각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고,
운명에 대해서는 전보다 덜 생각하게 되었다.
7년 전에는 바람이 부는 하이랄의 절벽 위에 혼자 서 있었는데,
지금은 세명의 동료와 함께 발더스 게이트를 향해 걷고있다.
